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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은 본래 양에서 발생하던 질병인 scrapie라는 질병이
소에 전염되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광우병의 원인은 사실 정확히 모릅니다.
프리온이라는 단백질 입자 형태의 감염체라는 설이 가장 지지를 받고 있지만
실은 단백질 입자가 핵심이 아니라 그 뒤에 바이러스가 숨어 있다(slow virus)는 설도 있습니다.
어느 게 맞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소의 광우병을 의학용어로는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라고 합니다.
“소 해면상 뇌병증”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군요.
이러한 프리온에 의한 중추신경계 질환은 이전부터 인간에게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과 파푸아뉴기니 식인종들 사이에서 유행한 크루병(Kuru)입니다.
이 중 CJD의 원인이 되는 프리온단백질유전자(PRNP)는 본래 인간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유전자인데
여기에 어떤 이상이 발생하여 비정상적인 프리온단백질이 만들어지면 CJD가 발생합니다.
대개는 이런 비정상적인 프리온단백질 유전자가 유전되면서 가족적으로 발생하지만(familial CJD; fCJD),
가족력과 무관하게 갑자기 발생하기도 합니다(sporadic CJD; sCJD).
가족력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것은 대개 돌연변이에 의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CJD와 유사한 임상양상을 보이면서 fCJD도 아니고 sCJD도 아닌 경우들이 보고되었고,
발생 연령도 원래 CJD는 노년기에 호발하는 것과 달리 아주 젊은 연령에 치명적인 임상경과를 보였습니다.
이런 환자들의 경우 광우병에 걸린 소의 조직, 특히 신경조직에 접촉한 것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염되는 것이 밝혀진 것이죠.
기존의 CJD와는 다른, 소로부터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을 변종이라고 해서
변종 CJD(variant CJD; vCJD)라고 부르며, 일명 인간광우병이라고도 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 vCJD의 경우 프리온단백질의 129번째 아미노산이 메치오닌으로 되어 있는 사람에서 잘 발생하더라는 것입니다.
이 단백질의 정상적인 129번째 아미노산은 발린 또는 메치오닌인데 vCJD 환자 중 이 부분이 발린인 사람을 처음에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최근에는 발견이 되었다고 합니다.)
MBC에서 한국인은 인간광우병에 더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MBC가 인용한 통계 (한국인에서 129번째 아미노산을 메치오닌으로 암호화하는 유전자의 비율이 90% 이상)가 정확하다면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프리온은 본래 포유동물의 정상 유전자인데 어떤 이유로 이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
거기서 만들어진 이상 단백질이 그 개체의 중추신경계를 파괴하여 죽게 할 뿐 아니라
그 단백질이 다른 개체에 침입할 경우 ‘전염’까지 일어나서
본래 정상 프리온단백질을 가지고 있던 다른 개체의 중추신경계에서도 이상 단백질이 나타나고
역시 중추신경계가 파괴되어 죽게 된다는 아주 이상한 병원체입니다.
어떻게 유전물질도 가지지 못한 단백질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입니다.
소의 광우병은 현재까지 19만 마리에서 발생했다고 하고,
그 중 95% 가량은 영국에서 발생했습니다.
그 외에 광우병이 한번이라도 발생한 국가들은 오스트리아, 벨기에, 카나다, 체코,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 네델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스위스, 스페인, 미국입니다.
북미에서는 카나다 9마리, 미국 3마리의 광우병 발생이 있었습니다.
(미국 부유층이 광우병 무서워서 카나다산 소고기를 먹는다는 말은 거짓말 같습니다.
미국에서 최초로 발생한 광우병도 카나다에서 수입된 소로 밝혀졌습니다.)
아프리카, 남미,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광우병 발생이 전혀 없었습니다.
인간광우병은 2007년까지 201건이 전세계적으로 보고되었고,
역시 그 중 대부분은 영국에서 발생했습니다 (81.6%).
그 외에 프랑스 21, 아일랜드 4, 미국 3, 네델란드 2, 카나다, 홍콩, 이탈리아, 일본, 포르투갈,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각 1건 씩입니다.
201건 중 199건은 광우병이 발생한 국가의 소고기에 접촉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2건에서는 수혈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3명의 환자 중 두명은 영국, 한명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주해온 사람들로서 세명 모두 본래의 국가에서 감염이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현재까지 미국내에서 미국에서 생산된 소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환자는 전혀 없습니다.
어쨌든 현재까지의 데이타를 종합해보면
미국산 소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할 것으로 생각이 되긴 합니다.
문제는 이 질병의 감염경로에 대해 아직 알려진 바가 많지 않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해도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미국 소고기에 대한 수입제한을 그렇게 풀어버리지 않았다는 점,
아무리 희박한 가능성이라도 이 병에 걸리면 예외 없이 비참하고도 치명적인 경과를 거치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명박 정부의 미국 소고기 수입정책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참고자료
http://www.medscape.com/px/trk.svr/emedsearch?exturl=http://www.emedicine.com/neuro/TOPIC725.HTM
http://www.cdc.gov/ncidod/dvrd/vcjd/factsheet_nvcjd.htm추가사항1)
미국에서 발생한 3건의 광우병에 대한 내용입니다.
제가 위에 가장 최근에 발생한 광우병이 카나다 수입소라고 썼는데
맨 먼저 발생한 광우병이 카나다 수입소입니다.
(그 부분은 수정했습니다.)2003년 – 카나다 수입소
2004년 – 텍사스산
2006년 – 귀의 표식이 없어 기원 불명 (알라바마 발생)결국 최소 1건의 광우병은 미국에서 자체 발생한 셈이고,
추가로 한건이 더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참고자료
http://www.cdc.gov/ncidod/dvrd/bse/추가사항2)
2005년에 나온 논문을 읽다보니 미국의 경우 목장의 소 군집에 대한 광우병 선별검사(screening test)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로지 도살장에서 주저 앉는 소(downer)에 대해서만 광우병 검사가 실시됩니다.
따라서 미국 내에서도 선별검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다고 합니다.
134도에서 1시간 이상 오토클레이브 (고압고온멸균)를 하면 프리온이 사멸되므로 소의 뼈와 내장을 많이 먹는 한국의 경우 정부에서 오토클레이브와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조리법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바람직할 듯 합니다.
(꼭 미국 소고기를 수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한국 소도 광우병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보장은 못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