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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있는 곳에는 워낙에 외국인들도 많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미국에 온 뒤로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아주 자주 보게 되는 풍경이 하나 있습니다.
엉덩이 깔개를 올리지 않고 좌변기에 대고 서서 소변을 본 결과 엉덩이 깔개가 샛노란 액체로 범벅이 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한국의 화장실이 워낙에 청결해지기도 했다지만 한국에서는 화장실 바닥에 가래침은 뱉어도 좌변기 엉덩이 깔개를 올리지 않고 조준도 부실하게 해서 그런 짓을 하는 경우는 드물죠.
처음에는 왜 그런 광경이 자주 보이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요즘 보니까 이유가 짐작이 가더군요.
미국인들은 손의 청결을 강박적으로 신경씁니다.
손을 통해서 많은 병균이 전염될 수 있으므로 합리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좀 지나친 것 같습니다.
좌변기에 소변을 볼 때 엉덩이 깔개를 올리려면 일단 남이 대변볼 때 깔고 앉은 깔개를 손으로 만져야 합니다.
깔개에는 다른 사람의 엉덩이, 허벅지의 체액, 소변 및 대변이 튀어 있을 가능성이 크겠죠.
그걸 만진 손으로 자신의 바지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꺼내려니 아마 무지무지 찝찝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손을 씻은 다음에 물기를 닦고 나서 지퍼 내리는 일을 하자니 귀찮았겠죠.
(나갈 때도 손을 씻어야 하니 소변 한번 보자고 손을 두번 씻는 꼴입니다.)
그러니 깔개를 그냥 두고 소변을 보게 되었겠죠.
게다가 미국 애들은 조준솜씨가 영 아니올시다인 것 같습니다.
저는 깔개를 그냥 두고 하더라도 한두방울 정도 말고는 깔개에 거의 안묻힐 자신이 있는데 여기서 본 깔개들은 변기에 조준한 것인지 깔개를 물들이려고 한 것인지 분간이 잘 안갑니다.
하여간 지나친 위생관념이 화장실을 더럽힌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 같습니다.
아들의 프리스쿨 화장실에 붙어 있는 손씻기 안내글을 보고 놀란 적이 있는데 용변을 보고 손을 씻은 후에 수도꼭지를 잠글 때에는 맨손으로 잠그지 말고 꼭 손닦는 페이퍼타올로 수도꼭지를 만지라고 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처럼 손씻기에 신경을 안써서 특별히 위생상 문제가 많을까요?
따져보면 미국식으로 손을 씻었다면 예방이 가능했을 전염병들도 있긴 하겠지만 미국인들은 좀 유별난 것 같습니다.그나저나 아무도 글을 안쓰시니 제가 도배하는 꼴이 되어 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