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헤파린을 ‘먹고’ 죽은 사건의 진실?

  • #100368
    진지한 사람 141.***.206.239 3191

    중국산 헤파린 부작용으로 환자들이 죽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국 언론들도 이 사건을 꽤 보도를 했는데요.
    거의 한결 같이 헤파린을 ‘복용’했다는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 파이낸스 – 복용
    http://seoulfn.com/sub_read.html?uid=42141&section=section2
    서울신문 – 복용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80301012007
    YTN – 복용
    http://www.ytn.co.kr/_ln/0104_200802291741265045
    핼스코리아 뉴스 – 투여법 언급 없음
    http://www.hk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9438
    아시아 경제 – 복용
    http://www.newsva.co.kr/uhtml/read.jsp?idxno=288242&section=S1N8&section2=S2N324
    연합뉴스 – 복용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01962471
    mbn – 복용
    http://mbn.mk.co.kr/news/newsRead.php?vodCode=314783&category=mbn00008
    중앙일보 – 복용, ‘먹은’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042789

    하지만 의사 입장에선 헤파린을 ‘먹는’ 일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헤파린은 인간, 동물의 체내에서 합성되는 혈액응고 억제물질로서 혈관내에서 혈전이 형성되는 것을 예방하며, 이 물질을 동물에서 추출하여 약으로 사용합니다.
    헤파린은 주사로 투여되는 약물입니다.
    기술이 더 발달한다면 경구투여제가 나올지 모르지만 먹는 헤파린이 나왔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USA 투데이 기사를 찾아보니 여기서도 먹었다거나 경구 투여했다는 말은 안나오고, 단지 take heparin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 take를 영한사전에서 찾아보면 ‘복용하다’라고 해놓았습니다.
    저도 이걸 보고 ‘엉? take면 무조건 입으로 먹었다는 뜻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영영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If someone takes drugs, pills, or other medicines, they take them into their body, for example by swallowing them. (네이버 영영사전)

    영영사전에서는 take의 일례로 입으로 약을 먹는 예를 들었을 뿐 take=복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복용’이란 입으로 먹는다는 의미니까요.
    어쨌든 기자들이 take를 ‘복용’으로 단순번역하면서 한국 신문기사에서 모두 헤파린을 입으로 먹는 약으로 둔갑시킨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국과 비슷하게 영어를 못하는 일본은 어떤가 궁금해져서 일본 신문기사를 찾아봤습니다.
    일본 신문기사 두개를 찾아봤습니다만 약을 경구투여함을 뜻하는 ‘노무’라고 표현을 한 기사는 없었고, 두개 모두 ‘투여’라고만 표현이 되어 있었습니다.
    일단 take를 ‘복용’으로 한정시켜 버린 영한 사전이 가장 큰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 같고, 기자들이 기사를 번역하면서 ‘복용’이라는 단어를 쓸 때 ‘복용은 약을 뱃속에 넣는 거니까 먹는다는 말인데 기사에서 헤파린을 vial에 넣는다고 해놨네? 혹시 이거 주사하는 약 아닌가?’라는 의문 한번만 가졌다면 ‘복용’을 넘어 ‘헤파린 먹고’라는 표현까지는 가지 않을 수도 있는 헤프닝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기자들만 나무랄 일이 아닌 게 저도 명색이 의사라는 사람이 헤파린의 성분이 단백질인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다가 이번에 이 기사 관련해서 혹시 먹는 헤파린이 나왔는지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헤파린의 성분이 단백질이 아닌 걸 알았으니 기자나 의사나 서로 무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역시 71.***.156.91

      예리한 관찰에 감사드립니다, 잘 배우고 갑니다.
      조선일보 -복용
      h 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2/16/2008021600098.html

    • 잠깐 74.***.105.158

      근데 복용이란 의미가 “뱃속에 집어넣어 사용하라”는 의미였던가요? 적어도 현대 한국에서는 그냥 “약을 쓴다”는 의미로 일반에 통용되는것 같은데요. 글쓴이께서도 복용외에 별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하고 “투여”,”take” 등 부연 설명을 하지 않으십니까?

      “복”이라는 한자 때문에 뱃속에 넣는다는 의미가 명백히 전달된다면 왜 약처방에는 쓸데없이 “내복약”이라고 쓰겠습니까?

    • 역시 71.***.156.91

      내복약은 외용약의 반대의미로 사용된 것이라 봅니다.
      굳이 ‘내’자를 붙인 것은 강조하다가 역전앞 처럼 중복된 말 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약의 투여 방법이 먹는 것이 아니므로 복용 대신에 주사 또는 투여가 합당한 표현이라 봅니다.

    • 진지한 사람 141.***.206.239

      잠깐님,

      국어사전의 설명입니다.

      복용 服用 [명사] 1 약을 먹음. ≒복약(服藥).
      2 옷으로 입음.

      아마도 ‘복용’이라는 한자어가 일본어에서 온 것은 아닌가 해서 일본어 사전도 찾아봤습니다(Yahoo! Japan).

      ふく‐よう【服用】
      1 薬を飲むこと。「食間に―する薬」
      2 衣服を身につけること。また、その衣服。

      일본어에서의 복용과 한국어에서의 복용의 의미는 정확히 일치합니다.
      국어, 일본어사전에서는 약의 투여에 있어서 복용의 의미를 약을 ‘먹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복용의 ‘복’이 배복자가 아니라 옷복자라는 거네요.
      잠깐님 덕분에 국어사전 찾았다가 처음 알았습니다.

      내복약 內服藥 [명사] 바르거나 주사하는 것이 아니라 먹어서 병을 치료하는 약. 알약, 물약, 가루약 따위가 있다. ≒내용약·내약.

      왜 옷 복자를 써서 ‘복용’, ‘내복’ 이라고 했을까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자 사전에 보면 옷복자가 ‘먹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현재 의사들은 복용하다, 내복하다를 같은 의미로 생각하고, 둘다 약을 ‘먹는 것’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합니다.

      복용 이외에 적당한 단어는 제 글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본 언론이 쓴대로 ‘투여’입니다.
      정확히는 ‘정맥주사’겠습니다만 이 기사에서 그렇게 자세히 투여방법을 적을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정맥주사하는 약을 먹는다고 표현하지만 않으면 되겠죠.

    • 그냥 68.***.209.130

      그냥 번역오류인거 같습니다
      기자가 헤파린이 뭔지 모를수있으니까 그랬겠죠
      미국에선 21명인가가 사망했다고 뉴스에 나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