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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특별법이 아니라도 한국에서 매춘은 불법이었습니다만
이 법이 발효되면서 한국이 성매매 근절에 매우 적극적인 국가라는 인상을 주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한국처럼 어디서나 성매매가 가능한 나라도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어지간한 도시의 경우 일반 거주지역 수백미터 이내에 돈을 주고 여자를 살 수 있는 업소가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업소의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룸살롱, 단란주점, 노래방, 작부가 나오는 주점, 이발소, 안마 시술소…
제가 살던 동네도 별다르게 유흥가가 아니었음에도 문득 궁금해져서 아파트 골목길을 나서자마자 지하철 역까지 큰 길을 500미터 정도 걸으면서 세어보니 위에 열거한 종류의 업소가 대여섯개가 나왔습니다.
심지어 초등학교에서 100-200미터 거리에 관광호텔 증기탕이 있습니다.
가히 ‘유비쿼터스 성매매’ 시대라고 할만 합니다.
문제는 성매매 특별법으로 집창촌은 된서리를 맞았지만 서울 시내 전역에 거주 지역 골목까지 스며든 업소들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간판을 걸지 않고 영업하는 유사성행위 업소들이 생겨나서 어쩌면 제가 살던 동네도 간판을 보고 알 수 없는 업소들이 증가했을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서 성매매가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한 글들을 가끔 봅니다만 저는 핵심을 짚은 글은 못본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성매매를 금지하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성매매가 도덕적으로 나쁜 것인가, 나쁘다면 어떤 철학적 근거로 나쁘다고 하는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나 사회적 합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합의를 한 적은 없으면서도 아주 오래 전에 법으로는 성매매를 범죄로 규정을 해놓고 사실은 성매매를 묵인하는,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정책을 고수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여성계가 법률상 위법으로 이미 규정되어 있는 성매매를 좀더 강하게 규제하자는 목소리를 냈고, 그동안 법적으로는 위법이라도 국가의 묵인하에 성매매를 즐기던 남성들과 성매매로 생계를 꾸려가던 여성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법으로 금지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 완전히 납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되었습니다.
만약 사회적 합의 하에 성매매를 위법으로 규정했다면 현재처럼 유비쿼터스 성매매 시대에 이르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당시 한국은 그런 사회적 합의라는 것을 도출해내어서 뭔가를 결정하는 분위기도 아니었을 것이고, 성매매 같은 주제는 그렇게 토론을 할만한 우선순위도 아니고, 담론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성매매를 금지해도 어느 나라든 성매매는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나라가 한국처럼 성매매가 만연한 상태는 아닌 걸로 보면 성매매가 주택가 근처 수백미터 이내에서 언제나 접근가능한 상태가 불가피한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성매매 특별법이 유비쿼터스 성매매 시대를 끝내는 솔루션이 아니라는 것은 현재의 상태가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결국 좀 돌아가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 성매매를 법으로 규제해야 하는가, 왜 성매매는 범죄로 규정되어야 하는가부터 국민에게 납득을 시키지 않으면 아무리 처벌하고 규제해도 성매매는 더욱 골목 구석구석으로 파고들어 더 콘트롤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성부와 페미니스트들의 야심작인 성매매 특별법은 완전히 실패로 끝났습니다.
고름을 짜내려다 병균이 전신에 퍼져 패혈증만 생긴 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