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아들을 군대에 보내시는 어머님들께..

  • #100334
    아들 218.***.196.137 2068

    두번 째 참가하는 혹한기 훈련이다.

    달리는 자주포 위에서 바람을 맞으면 얼굴이 얼어 버릴 것 같다.
    깃발에는 “조국수호 반세기 평화통일 염려 말라”라는 문구가 펄럭이고 있다.
    아무 생각이 없다.
    정신놓고 졸기라도 하면 그대로 떨어져 죽을 수도 있다…

    스파링 파트너인 수도방위 사단을 피해 북으로 후퇴 중이다.
    DMZ 바로 밑에 까지 왔다

    진지를 정했다. 지금 시간은 저녁 12시
    서둘러서 텐트를 쳤다. 외부 온도는 현재 영하 10도가 넘어간다.
    전투복과 내피를 입고 양말을 2겹 신었다. 침낭속 온도 정확히 영상 1도씨
    8명이 나란히 누우면 딱맞는 크기다.
    혼자 잔다면 분명 얼어 죽을 것이다.

    발은 꼭 씻어야 한다. 안 그럼 동상에 걸린다.
    강물이 얼어있다. 일병을 시켜 해머로 얼음을 깨도록 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한명도 빠짐없이 씻도록 했다.

    전투화는 반드시 비닐봉지에 싸서 안고 자야 한다. 밖에 내어 놓으면
    얼어서 새벽에 신을 수가 없다.

    잠깐 눈을 붇이자 마자 기상이다. 아침이 배급 되었다.
    밥과 김치 그리고 우유,
    우유는 오는 도중에 얼어서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온도를 확일 하기 위해 온도계를 봤다. 온도를 알 수가 없다.
    온도계가 얼어 터져 있다. 영하 20도 까지 잴수 있는 것인데..
    이제 여분도 없다. 본대에 대충 보고 할 수 밖에..

    웃통을 벗고 아침 구보를 했다.
    자주포 상태를 확인하고 다음 진지를 향했다.
    중간에 긴급 사격 명령이 떨어졌다. 달리다 논뚜렁에다 그대로 방열했다.

    사각, 편각, 재편각 입력시간 13초
    포탄 5발을 쏘았다. 명중이다. 다행이다. 사각을 잘못 입력하지 않았나
    걱정했는데.. 잘 못 되었다면 포탄은 민가에 떨어 질 수도 있다..

    처음 참가하는 이등병에게 포신 뒤에 있지 못하도록 주의를 시켰다.
    잘못하면 주퇴하는 포신에 맞아 다칠 수도 있다..

    중대 모든 포 이상무 무전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