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은 창조성을 길러주고 있을까

  • #100285
    보글보글 141.***.153.233 2869

    요즘 미국에서 절실하게 느끼는 점 하나가 ‘창조성’의 부재 같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상상력의 결핍이겠죠.
    어려서는 하도 엉뚱한 발상을 자주 해서 괴짜 소리도 듣곤 했습니다만
    언제인가부터 제 사고가 아주 정해진 틀 안에서만 작동한다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을 보면 인간을 유전공학으로 찍어내는데
    태어날 때부터 알파, 베타, 델타의 세가지 클래스가 정해져 나옵니다.
    델타 클래스는 단순 노동에 종사할 인간들인데
    이들이 지능적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혹시 창조성이나 상상력을 증진시켜서
    높은 계층에 저항할 우려를 싹부터 자르기 위해
    델타 클래스의 유아들의 지적 호기심을 삭제하는 교육이 나옵니다.
    방안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림책들을 두고 델타 유아들을 집어넣습니다.
    아이들이 호기심을 느끼고 그것을 보려는 순간 아이들에게 고통을 체험하도록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 일종의 세뇌를 통해 델타 클래스는 지적인 호기심을 전혀 갖지 못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제 생각엔 한국의 교육에 그런 측면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초중고 12년간은 ‘타율’에 지배되는 생활이었습니다.
    단순히 주입식 교육이라는 형식 외에도 교사들의 태도 역시 상상력이나 창조성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은 교과서에 나와 있는 정확한 답만을 원했지 그것을 읽고 호기심이 생겨서 아이들이 상상하는 것을 더 전개하도록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상상력을 가지는 것을 교사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나 나쁜 수업 태도로 보고 징벌을 하는 선생님도 있었습니다.
    그런 징벌은 결국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델타 아이들에 대한 세뇌와 비슷한 작용을 할 수 있겠죠.
    솔직히 한국의 과학기술을 보면 학술적으로 근본적 영역에 해당하는 연구보다는 남이 해놓은 결과를 가지고 흉내를 내는 것들이나 단순한 테크닉상의 발견들이 많습니다.
    학계에 두고두고 ‘이론’으로 남을 연구는 애초부터 별로 없습니다.
    저는 이 문제가 단순히 과학에 대한 투자의 문제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안하고의 차원이 아닌, 근본적 교육 방식의 문제 같습니다.
    심지어 한국에서 박사할 때에도 저희 스승님은 자기가 가진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제자들을 평가하고 다그치면서 본인 의견과 조금만 다른 생각을 의견으로 내놓으면 곧바로 묵사발을 만드시는 분이었습니다.
    그 생활 몇년 하다보니 그 분이 나름 뭔가 디스커션을 하시겠다고 물어보시면 머리 속에서 어떻게 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상상을 하게 되지는 않고 뭐라고 대답하면 깨지지 않을지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 버릇이 그 분한테서 떨어져 지내는 지금도 안없어진 것 같습니다.
    물론 스승님 만나기 전부터 제가 초중고를 다니면서 한국 교육에 너무나 잘 적응하는 바람에 상상력이 더 없어진 것일지도 모르고, 선천적으로 창조성이 별로 없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만, 제가 자율적인 교육을 하는 나라에서 교육을 받았다면 지금보다는 상상력이 풍부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타율적인 주입식 교육이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일정 수준의 이상의 졸업생을 찍어낼 수 있는 효율성이 있기는 합니다만 한국은 이제 그 단계는 넘어서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 Wow 24.***.187.23

      서태지가 교실이데아를 그냥 만든게 아니죠. ‘좀더 비싼 너로 만들어주겠어 니옆에 앉아 있는 그애보다 더’ 하지만 궁극적으로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건..그 빌어먹을 ‘그것의 정서’ 입니다. 국민소득 한 3만불 되면 그땐 좀 나아 질려나요..그 단계 벗어아냐 된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들의 인구가 많아 질때가 오겠죠. 담배 꽁초도 안버리고 법도 잘지키고.. 1+1=2+@ 가 아닌 1+1=2 가 많은 부분에서 먹히는 사회가 올겁니다..

    • 타고난혀 38.***.223.45

      >>저희 스승님은 자기가 가진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제자들을 평가하고 다그치면서 본인 의견과 조금만 다른 생각을 의견으로 내놓으면 곧바로 묵사발을 만드시는 분이었습니다.

      권위에 대한 도전이 아닌가 합니다. 이건, 뇌 청소란 부분보다는, 한국 특유의 ‘어르신’+’훈장님’ 문화가 답이 아닌가 합니다.

      제 스승님역시 ‘교육은 없는 사람을 위한게 아닌, 있는 사람을 위한것’ 이다 라는 밑도 끝도 업는 말씀을 남기셨는데요.

      일전에 어느분께서 해주신 말씀을 길게 쓰자면,
      창조성 길러주는 교육을 택했다가, 밑지는 장사를 할지도 모르니, 암기 시켜서 적당한 시간에 최대한 많은 산출물로 승부 하는 장사가 더 남는게 아니었나란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런저런 교육 받다가 미국와서 1.3xxxxxxxx가 1이 다라고 1초만에 대답했다가, 1.3xxxxx가 1은 아니다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을 보니 많은것들이 교차 합니다.

      Wow님/ >>그 빌어먹을 ‘그것의 정서’ 입니다

      배설물은 화장실에서…

    • BS 209.***.110.61

      ‘no child left behind’ 에서 제가 받은 ‘제도 교육’의 냄새를 또 맡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 sbux 72.***.3.30

      며칠전 한국신문에서 미국 무슨 MBA수업에서인가 잠수교에 대해 말하더군요. 빠른시간에 저예산으로 짧게 만든건 발상의 전환이다. 뭐, 그럴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저예산에 일년에 얼마정도는 못쓰는거 감안해서 그냥 후딱 만든 케이스가 아닐까 합니다. 그걸 두고 그 교수는 발상의 전환이라고 했지만서도.

      이게 같은 예는 아니일지만 우리나라 교육 고등학교까지 제대로 받으면 제법 많은 지식을 갖게됩니다. 소위 모범답안이란거죠. 미국에서 대학, 대학원때 토론수업을 들으면서 느낀건 정말 미국애들은 지지않고 자기주장하는데 입만 살아있는거로 보이더군요. RA를 몇번한적이 있는데 교수님이 답안지를 보여주면서 그러더군요, 이 소설 한 번 읽어보라면서.

      일장일단이 있는것같습니다. 전체적으로보면 저예산에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꽤 괜찮다고 생각되는데. 무엇보다 창조성을 발견해서 키울 수 있는 선생님과 부모의 노력이 더 크게 작용이 되는게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