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정원도 2000명으로 줄이면

  • #100273
    debian 98.***.200.164 2360

    오늘 읽은 조선일보 칼럼 입니다.
    평소의 조선일보답지 않은 글인것 같아서 이곳에 링크를 올립니다.
    공감하는 바가 큽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2/05/2008020501245.html
    양상훈 칼럼] 이공계 정원도 2000명으로 줄이면
    양상훈 논설위원

    ▲ 양상훈 논설위원

    로스쿨 인가 대학으로 뽑히지 못한 16개 대학은 절망하고 있다. 허가받은 25개 대학 중에도 몇십명을 정원이라고 배정받은 학교는 교수와 학생이 1대1 과외를 하는 꼴이다. 모두가 로스쿨 정원을 2000명으로 강제 제한한 때문이다.

    탈 락 대학 교수들이 삭발하고 총장이 사표를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변호사 자격증이란 것이 얼마나 큰 이권인지를 새삼 실감한다. 변호사 업무 중에는 많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 분야만 해도 직무의 창의성, 난이도, 부가가치가 결코 변호사만 못하지는 않다. 그러나 과학기술 분야는 변호사에 비해 완전히 찬밥이다.

    두 직업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과학기술은 어떤 대학이 몇명을 모집하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런데 변호사는 국가가 정원을 ‘제한해준다’. 어떤 직업의 숫자 자체를 줄여서 희소성을 만들어주면 잘 먹고 잘 살기가 다른 직업에 비해 땅 짚고 헤엄치기나 마찬가지다. 변호사 자격증의 이권은 결정적으로 진입 장벽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인위적 시장 조작의 결과일 뿐이다.

    그 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만약 이공계 대학의 정원을 2000명으로 줄이고 로스쿨 정원을 지금의 이공계처럼 무제한으로 풀면 어떤 결과가 오겠느냐는 것이다. 지금 이공계 출신들과 변호사들 평균 몸값 차이는 대번에 정반대 이상으로 역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공계 출신은 1년에 15만명씩 쏟아져 나온다. 그 중 절반밖에 취직이 안 되는데도 1970년대식 인해전술을 아직도 계속하고 있다. 공급이 수요의 두 배라면 값이 폭락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공계 위기의 본질은 이것이다. 과학은 인해전술로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대학 정원에서 이공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의 두 배 반에 가깝다. 과학 수준은 그 반대라고 봐야 한다. 이야말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문제라고 보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변호사 뽑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로스쿨 정원 줄이는 데 부심할 것이 아니라 이공계 정원의 합리적 조정에 더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로스쿨의 원조인 미국에선 대학이 로스쿨을 설치하든 말든, 정원을 얼마로 하든 자유다. 그래서 전국에 196개의 로스쿨이 있다. 재작년에만 5만2000명의 변호사가 나왔다. 인구 비례로 보면 우리는 5700명의 변호사가 매년 나와야 한다. 대학이 자기 돈 들여서 건물 짓고 교수 충원해서 학생들 뽑아 법률을 가르치겠다는데 정부가 왜 그것을 못하게 막는지 알 수가 없다. 대학이 과학과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가르치겠다는 것은 언제 막은 적이 있는가.

    로스쿨 설립 규제를 풀면 엉터리로 판정돼 학생들이 외면하는 로스쿨도 나올 것이고, 학생들이 다투어 모여드는 명문 로스쿨도 부상할 것이다. 다른 수많은 전공 분야가 다 그렇다. 경쟁 속에서 성장도 하고 도태되기도 한다. 그런데 왜 로스쿨만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변호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이렇게 많고, 법률 공부는 보통 지능이면 누구나 마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웬만하면 변호사를 하게 해주고 일을 하면서 서로 경쟁하게 하는 것이 상식이고 시장원리다. 굶는 변호사도 나오겠지만 유능한 변호사는 더 잘 나가게 될 것이다. 다른 직업들은 이미 다 그렇다. 그런데 왜 변호사만은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인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올해 다보스포럼에 참가했던 현정택 KDI 원장은 “규제 가운데 가장 해로운 것이 진입 규제이며, 그 중에서도 서비스산업의 진입 규제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현 원장은 진입 규제를 하는 대표적 분야로 변호사와 의사를 꼽았다. 진입 규제는 규제 중에서도 명분없는 규제다. 기득권을 이용해 벽을 쌓고 그 안에 다른 사람이 못 들어오게 만들어 이익을 독식하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규제를 혁파하겠다면 로스쿨부터 자유화해야 한다.

    • DC 72.***.88.170

      동의합니다. 로스쿨 정원을 정해 시장진입을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일정 요건을 갖춘 로스쿨은 제한 없이 허가해 주고 그 생존은 시장에 맡기는게 정답이라고 믿습니다 (설령 이렇더라도 인/허가 등을 통한 간접규제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만).

      다만, 원 기사에 틀린 내용이 있어 지적하지 않으면 안되겠군요.

      미국에서 로스쿨 설립은 대학 자율이지만, 결국 법률시장 진입관문인 bar exam은 American Bar Association (ABA)에서 인정하는 로스쿨 졸업자만 응시할 수 있습니다 (예외: California 등). 원 기사에서 말하는 196개 로스쿨이란 아마 ABA accredited law schools만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 debian 12.***.175.2

      아 그렇군요. 칼럼 쓰신분이 의도적으로 슬쩍 넘어가려 한것 같기도 하군요.
      만약 그렇다면 이런부분은 역시 조선일보 답군요.

    • ajPP 141.***.137.10

      저도 어제 이 기사보고 왠일로 조선일보에서 괜찮은 기사 봤다고 감탄했는데,, 여기서 또 보는군요.

      그런데 이거 시도해 볼 정부가 과연있을까요? 그런 거 시도했다가는 노통보다 몇배는 더 당하지 않을까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