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부시시대와 팍스 아메리카나

  • #100107
    김 철 72.***.115.237 2189

    저무는 부시시대와 팍스 아메리카나

    강력한 보수의 기치하에 지난 7년 가까이 전세계를 호령해온 부시호(號)가 내년에 사실상 닻을 내린다.

    저무는 조지 부시 시대와 함께 미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지도력과 영향력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국제사회 여론도 극히 비판적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1년 취임하자마자 20세기 후반에 이어 21세기도 미국의 시대로 만들겠다며 강공 일변도의 공격적 패권주의를 추구했다.

    그러나 그해 9월에 터진 9.11 테러 참사는 부시 시대의 몰락, 나아가 미국 단일 패권주의 퇴락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전세계 경찰국가 역할을 자처해온 미국의 이미지는 부시의 재임기간 일방주의로 상징되는 많은 정책적 오류와 실책으로 빛이 크게 바랬다.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이라는 명분하에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벌인게 결정적 원인이었고, 제국의 영향력 유지를 목표로 개시한 이라크 침공이 역설적으로 제국의 몰락을 재촉했다는 지적이다.

    9.11 이후 한때 90%를 넘었던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올해 한때 20% 대로 급전직하한 것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미국이 직면한 거센 도전과 시련은 금세기 글로벌 세력판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2008년 대선에 출마한 민주, 공화당 주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리더십 구축’을 주창하는 것도 이런 시대적 변화를 읽은 것으로 볼 수 있다.

    ◇ 美 패권주의 현황 = 미국은 2차대전 승리후 막대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재편하는 등 전세계의 실질적 맹주로 부상했다.

    특히 냉전체제 붕괴 후에는 이런 성향이 더욱 두드러져 1990년대에는 걸프전쟁, 유고슬라비아, 르완다, 코소보 사태 등에 적극 개입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1990년을 전후해 세계는 엄청난 변화의 길목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의 힘에 의한 평화, 이른바 ‘팍스 아메리카나’ 쇠퇴조짐이 완연하면서 어두운 미래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미국의 주도력과 지배력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는 그렇게 많지 않다.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운 ‘하드 파워’가 여전히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구 3억명으로 세계인구의 4% 정도를 차지하는데 불과하지만 세계 총생산의 27%, 군사비의 50%, 1975년 이후 노벨상 수상자의 80%를 싹쓸이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한게 사실이다.

    ◇ ‘팍스 아메리카나’ 반세기만에 최대위기 = 한때 과거 로마시대 황금기를 상징하는 ‘팍스 로마나’에 버금가는 전성기를 구가해온 미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나’는 지난 1950년대 이후 크게 번성하다 1990년 이후 본격적인 쇠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동지 아니면 적”이라는 단순 흑백논리에 입각한 막가파식 일방주의와 개입주의, 군사주의가 낳은 필연적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무분별한 일방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 추구는 역설적으로 전세계에서 테러리즘을 양산했다는 지적도 있다.

    미 대선에 출마했던 ‘골수 보수’ 팻 뷰캐넌도 최근 발간한 ‘미국의 종언'(End of America)에서 “미국은 붕괴하고 있고, 합중국으로서 생존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비관론적 전망을 내놓았다.

    아닌게 아니라 미국의 단일 패권이 멀지 않은 장래에 종말을 고할 것이란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냉전 종식으로 미-소간 패권경쟁에서 승리하면서 유일 패권국으로 확고한 지위를 구축했던 미국이 반세기여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 내부자성론 비등-스마트전략 대안 부상 =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무 부장관과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20인 전문가들로 `스마트 파워위원회’를 발족, 최근 보고서를 냈다.

    핵심은 지난 수년간 테러와의 전쟁을 앞세운 힘 위주의 국제전략을 행사함으로써 국가 이미지와 영향력이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의 개선을 위해 강압적 `하드 파워’보다는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가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미국의 외교정책을 테러와의 전쟁에서 ‘공동선(善)’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함으로써 미국은 테러리즘을 척결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위대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9.11 이후 미국은 보다 전통적 가치인 희망과 낙관주의 대신 공포와 분노를 퍼뜨림으로써 전통적 우방들마저 미국의 진정한 의도를 의심하게 됐다며 이제는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혼용하는 ‘스마트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 다극 시대 도래하나 = 결국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는 다국가(多國家) 중심의 다극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시 집권 1기때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을 지낸 리처드 하스 미외교협회(CFR) 회장은 “중동에서의 미국 패권은 종말을 고했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의미하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가 도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미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세계전망 보고서에서 “세계는 더이상 미국 경제에만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중국은 내년에 독일을 밀어내고 세계 최대 수출국이 되고, 현재 세계 3위인 수입 규모도 미국에 이어 2위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됐다.

    IBRD(국제개발은행)는 2020년이 되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9조8천억달러를 기록, 9조7천억 달러의 미국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제 일본과 유럽, 미국이 저물어가는 제국이라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과 유가 상승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확고히 구축한 러시아,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갖춘 인도, 고유가 행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중동의 산유국들이 세계경제, 정치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단극 체제에서 다극체제로의 이행은 수많은 불확실성을 내포, 새로운 무질서 시대, 이른바 무극(無極.Apolarity)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과 유엔도 미국의 지도력을 대체할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니알 퍼거슨은 “미국 패권시대가 종말을 고할 경우 세계는 다극체계가 아니라 악몽과도 같은 무정부적 암흑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퍼온 글(출처 :ukopi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