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생각엔 이번 비자금 사건은 삼성이 정상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 같습니다.
삼성은 한국에서 이미 그냥 기업이 아닙니다.
에버랜드 관련해서 편법 상속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을 때 삼성 다니는 제 동서가 한 말이 기억납니다.
동서 말의 요지는 국민들이 어리석어서 삼성을 괴롭히면 국민이 힘들게 된다는 것을 모른다면서 누가 우리 국민들을 먹여살리는데 이런 하찮은 일로 삼성을 공격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삼성이라는 기업 하나가 차지하는 GDP의 비중도 클 것이고, 그 회사에 여러가지 연고로 밥줄이 걸려 있는 사람들의 GDP까지 합하면 엄청나긴 할 겁니다.
그러니까 삼성을 건드리면 나라가 망한다면서 난리겠죠.
하지만 제 생각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삼성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기업이 “내가 이 나라를 다 먹여살리는데”하면서 자신이 속한 국가를 얕잡아보고, 국내에서 룰을 지키면서 영업을 하지 않고, 혼자서만 법을 초월한 플래이를 일삼는데 정부와 국민이 그것을 다 방관하면 그건 이미 기업이 아닙니다.
오히려 마피아나 마약상의 행태와 가까워지겠죠.
그건 궁극적으로는 결코 삼성에게도 이롭지 않습니다.
삼성을 비판하면 곧바로 좌파라거나 반기업정서를 가졌다는 비판을 하는 일부의 분위기도 문제입니다.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정상적인 우파라면 삼성을 비판해야 정상입니다.
큰 기업들이 룰을 지키면서 기업활동을 해야 싹수가 있는 작은 기업들이 또 크게 자라나서 한국에 보다 많은 대기업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얼마전 무서운 영화를 보았는데 일본 공포영화를 패러디한 장면에서 여주인공과 동양 남자아이의 유령이 가짜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면서 밑에는 영어 자막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그 가짜 일본어가 모두 그냥 일본 기업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업 이름(그것도 모두 아주 유명한)만 가지고 상당히 긴 대사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사실 놀라웠고, 국제적인 일본 기업들이 그렇게 많으니 일본이 경제 대국이 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존의 대기업은 룰을 지키면서 글로벌스탠다드에 충실히 적응하는 기업이 되도록 도와주고 그런 대기업들과의 공정 경쟁을 통해 신생 기업들도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풍토가 진정한 친기업환경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