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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유에스에 포스팅을 하는 분들 중 상당수는 능력자들입니다. 미국 학위 없이도, 한국에서 곧바로 픽업되어 영주권 받는 조건으로 넘어오는 분들도 흔하고, 연봉 15만 불은 우습고 RSU를 고려하면 20, 30만불 연봉자도 수두룩하죠. 거기에 자동차 포럼에는 스스로 왠만한 자가 진단은 다 하는 분들도 넘치고, 한국에서 빵빵하게 상속 증여를 받는 분들의 상속 증여세 상담도 넘칩니다.
하지만 이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닙니다. 오히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최소 고등학교 마치고 대학 이후에 미국에 건너온 분들이라면 이런 포스팅은 비현실에 가깝습니다. 위에 열거한 케이스를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마치 컴싸, 컴공을 하면 영어를 별로 못해도, 미국에서 학위가 없어도 실력만 있으면 미국에서 중산층으로 점프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식의 환상을 심어서는 안된다는 거죠.
한 발 물러나 일부 이공계는 위의 파라다이스같은 이야기가 가능하다고 쳐도 문과 직종은 한국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미국의 상위권 대학교를 졸업하고 신분 문제가 없는 학생들도 취업이 힘든 게 현실인데, 일부 이공계 분들의 성공 케이스를 본인에게 투영해서 한국에 계신 분들이 미국 취업이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하면 어렵진 않은’ 목표로 설정되는 게 다반사입니다.
미국에 반드시 이민을 와야겠다는 목적을 가졌으면 그 목적에 부합하는 수단을 강구해야 하지만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 대부분은 신세한탄, 한국의 부정적 측면 강조만 보입니다. 미국에 오기로 했으면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 지, 어떤 비자를 신청해야 할 지, 얼마 정도의 시드 머니가 필요할 지와 같은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은 그렇지가 않지요. 그냥 미국이 좋고 한국이 싫고 지금 스펙은 이 정도고 (대부분 본인의 한국에서의 학별 및 자격증에 대한 은근한 강조를 곁들이면서)와 같은 미국 이민에 도움 안되는 설명 뿐입니다.
예를 들어 연대 심리학과 졸업생이 미국에 취업을 희망한다고 할까요. 연대라는 간판은 미국에 ‘취업’을 생각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라면 상당수의 대학 어드미션 커미티가 한국의 최상위권 대학교들의 위치를 알기 때문에 의미가 있겠죠. 심리학이라는 전공은 과감히 말한다면 미국에서 무쓸모입니다. 그게 시민권자인 네이티브라고 해도 말이죠. 그렇다면 이런 스펙을 가진 한국 대학생이 미국에 정착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뭔가 지금의 스펙을 바꿔야 할 겁니다.
그래서 가능한 게 많은 사람들이 조언하는 이공계 (컴퓨터) 전공으로의 대학원 진학 또는 학부 편입인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솔직히 문돌이들이 이과로 전공하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가끔 워킹유에스의 능력자들은 문과 출신이 이과로 전향해서 6 digit을 찍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게 일반적이진 않지요.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아닙니다만 지금은 확률적인 이야기를 하는거죠. 그럼 이공계 전과는 힘들다면 차선은 다른 문과 전공의 학부 편입 또는 대학원 진학, MBA 포함, 입니다. 영어가 한계가 있는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문과 전공은 단연 회계죠. 회계가 그래도 만만하고 숫자 감각이 좋은 한국인들에게 유리하는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주의해야 할 게 메이저 회계법인들이 과연 트럼프 시대를 맞아 H 비자를 잘 해 줄런지가 의문입니다. 이미 일부 빅4는 인터네셔널을 안 뽑겠다고 했고요. 회계법인을 안 가면 일반 회사의 회계부서인데 큰 회사는 몰라도 작은 회사들은 H 비자가 뭔지도 잘 모르는 데가 대부분이고 캠퍼스 리크루팅은 대부분 대기업 위주죠. 대기업에 신분 문제가 없는 미국인들을 제치려면 결국 뭔가 메리트가 있어야 하는데, 예를 들어 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뽑는다든지,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회계 전공 한국 유학생들은 빅4 아니면 한국회사 지상사와 같은 제한적인 취업 경로를 가지죠.
문과에서 회계를 제외한 다른 전공은,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탑 티어 학교 출신들은 투자은행, 컨설팅 같은 데를 잘 가긴 하던데 (그런데는 비자 문제는 없고) 당신이 그런 탑 스쿨로 편입을 할 정도라면 위에 주저리 열거한 내용은 필요도 없겠죠. 그냥 평범한 한국의 상위권 대학교 출신이라면 미안하지만 탑 스쿨 편입은 쉽지 않을 겁니다. 다만 노력하면 괜찮은 MBA는 가능하겠죠. 포스트 MBA는 그렇다면 상황이 어떻느냐? 이건 천차만별입니다만 직접 한국에서 미국취업을 노리는 것에 비해서는 훨씬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소위 토종 MBA들의 미국 취업은 제가 알기로는 그냥 그렇다입니다. 상위권 M7을 놓고 봤을 때 잘 봐서 30% 정도?
학부 편입, 대학원, MBA 말고 다른 대안은 무엇이냐? 결혼은 많은 사람들이 농담삼아 말하지면 의외로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제가 아는 케이스도 흔하지는 않지만 한국에 교환근무 온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한 남자분이 미국에 넘어와서 미국 학위없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경우도 있고요. 미국에 의외로 국제결혼 (백인, 한국인, 기타 동양계 미국인)은 많습니다.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몰지각한 일부 사람들은 무시하면 되고, 정말 사랑한다면 결혼이야 말로 일석이조의 최선의 결과가 아닐까요. 한국에서 어떻게 시민권자를 만나느냐는 건 개인 능력입니다. 한국에서 힘들다면 미국에 유학을 와서 만나는 방법도 있겠죠.
또다른 방법은 한국에서 미국 지사가 있는 회사에서 취업을 해서 열심히 근무해서 건너오는 경우입니다. 제 주위에 이런 방법으로 온 분들 꽤 계시고, 예를 들어 회계법인 빅4의 경우 교환근무를 올 수 있는데 그 때 미국 파트너 눈에 띄면 트랜스퍼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많은 회사들이 트랜스퍼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티오가 있고 고과도 좋고 운도 있어야 하지만 이것도 방법 중 한가지입니다.
마지막 방법은 닭공장입니다. 이게 우습게 들리겠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닭공장을 찾습니다. 멀쩡한 대기업 다니다 온 분들도 계시고 상위권 대학교 출신들도 영주권을 위해서 닭공장을 노크합니다. 그렇게까지 미국에 오고싶지 않다면 패스하면 되는 거고요.
진짜 마지막 대안은 투자이민입니다. 한국에서 열심히 돈 벌어서 10억 모아서 오는거죠. 이를 악물고 모아서 집안 도움 좀 받으면 이것도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제가 아는 분은 금수저인 분인데 10억 받아서 투자이민으로 영주권 받았습니다. 운도 좋은 게 대부분 이런 투자이민은 투자금을 날리는 셈 치는데 이 분은 투자금도 회수했지죠.
위에 열거한 것들 이외의 방법도 있겠지만 이게 현실적인 방법들입니다. 만약 위의 어느 것도 해당사항없다면, 아니면 노력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이 들면 미국에 이민올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상위권 대학교 1학년 신입생들은 대부분 고시, 유학을 꿈꿉니다. 본인의 스펙에 대해 긍정을 하는 건 좋은데 문제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4년 동안 별 노력없이 꿈만 가지고 시간을 날리다 결국 공무원 시험 (행정고시가 아닌) 아니면 대기업 원서를 내는 4학년 2학기를 목도할 겁니다. 미국 이민도 아마 많은 사람들, 특히 사회 초년생들, 이 계획을 합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은 드물죠. 그냥 막연하게 내 친구 개똥이가 호주에 갔는데 잘 살더라, 내 fireball 친구 철수는 별 능력없이 엘에이에서 떼돈 벌더라, 이런 식으로 ‘누구도 했는데 나라고 못 할 이유가 있겠냐’는 식의 착각을 하지요.
실제 토종들에 비해 영어를 더 잘하는 유학생들 중 대부분은 학위 후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advanced degree를 가진 석박사들도 학부생들에 비해서는 낫겠지만 돌아가는 사람들이 절반을 넘고요. 이런 사람들은 게시판에 글을 잘 안 남깁니다. 글쓰는 사람들은 소수의 운좋은, 그리고 준비된 사람들이죠. 저 역시 운좋게 미국에 남아서 그럭저럭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저에 비해 훨씬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 대부분이 한국으로 돌아갔지요. 제가 그 분들에 비해 한가지 운이 좋았던 건 졸업 시점에서 제 스킬셋이 필요한 미국 회사를 정말 운좋게 찾았기 때문이고 그런 회사를 찾기 위해 많은 조사를 했다는 겁니다.
지금 한국에서 좋은 학벌과 자격증을 가지고 day dream을 하는 분들은 그런 한국에서 먹히는 스펙이 아니라 미국에서 어떤 회사가 fit이 맞을 지를 제로 베이스에서 고민해봐야 할 겁니다. 뭐든지 적당히 하는 건 안통하는 세상입니다. 어설프게 미국 이민을 준비하다 눈만 쓸데없이 높아져서 나중에 한국 취업도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이상과 현실을 구분해서 취업 및 이민을 위해 뭘 해야 할 지를 잘 판단해야 합니다. 건투를 빕니다